술과 농담
🔖 한 번도 뭔가에 깊이 빠져본 적 없고 별 기대 없는 미래를 내팽개쳐 본 적 없는 나로서는, 판에 박힌 동일한 나날을 성실하고 근면하게 수행해온 나로서는, 자신을 망칠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빠져드는 충동과 마음의 쓸모를 영영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. 그런 채로 결국은 아무것도 아닐 게 자명한 삶을, 이미 망친 듯한 삶을 지나치게 제정신으로 혹독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.
🔖 <농담을 설명하는 것만큼 농담에 담긴 마법을 더 잘 빼앗는 방법은 없지요.>
이것은 카프카의 농담에 대해 설명하면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한 말이다. 농담은 아마도 이런 의미에서만 시와 만나는 것 같다. 논리적 언어로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만큼 시의 마법을 잘 빼앗는 방법은 없으니까.
그런데 말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? 만일 당신이 어떤 시를 논리적 언어로 세세하게 설명했는데, 그렇게 해서 정말 그 시의 마법을 온전히 빼앗을 수 있었다면? 그것은 당신의 책임도 아니고 논리적 언어의 책임도 아니다. 그 시가 빈곤하여 애초에 어떤 마법도 없었다는 증거일 뿐.
밤은 이미 깊었고 우리 이야기는 이 생에서의 영이별이라는 결론으로 밀려갔다. 금홍이는 은수저로 소반전을 딱딱 치면서 내가 한 번도 들은 일이 없는 구슬픈 창가를 한다. ‘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질러 버려라 운운’